온달산성에서 / p r a h a
그 길은 저 혼자 깊어간다 / 나호열
직선으로 달리는 길이 뚫리고
길눈 어두운 사람만이 그 길을 간다
어깨가 좁고
급하게 꺾어들다가
숨차게 기어올라가야 하는 그 길은
추억같다
쉴 사람이 없어 폐쇄된 휴게소
입구의 나무 의자는 스스로 다리를 꺾고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이 길을 메운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참을성 있게 그 길은 저 혼자 깊어져 간다
저 혼자 적막을 채우고
그 길은 이윽고 강이 된다
그 길을 가 보고 싶다
사랑이란 어깨를 부딪치며 피어나는
이름모를 풀꽃
굴곡진 길을 돌고 돌아야 얼굴 보여주는
수틀에 얹혀진 안개
멀리 멀리 돌아서 보면
직선으로 달려갔던 그 길도
알맞게 휘어도는 것을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그 길을
오래 터벅거리며
걸어가고 싶다
노래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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