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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그 길은 저 혼자 깊어간다

by 丹野 2009. 12. 14.

온달산성에서 / p r a h a

 


 
그 길은 저 혼자 깊어간다 / 나호열

 

직선으로 달리는 길이 뚫리고

길눈 어두운 사람만이 그 길을 간다

어깨가 좁고

급하게 꺾어들다가

숨차게 기어올라가야 하는 그 길은

추억같다

쉴 사람이 없어 폐쇄된 휴게소

입구의 나무 의자는 스스로 다리를 꺾고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이 길을 메운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참을성 있게 그 길은 저 혼자 깊어져 간다

저 혼자 적막을 채우고

그 길은 이윽고 강이 된다

그 길을 가 보고 싶다

사랑이란 어깨를 부딪치며 피어나는

이름모를 풀꽃

굴곡진 길을 돌고 돌아야 얼굴 보여주는

수틀에 얹혀진 안개

멀리 멀리 돌아서 보면

직선으로 달려갔던 그 길도

알맞게 휘어도는 것을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그 길을

오래 터벅거리며

걸어가고 싶다

노래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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