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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강화섬

by 丹野 2009. 4. 20.

 

 

강화섬

나호열

 

 

마리, 고려 쌍 돛대에 푸른 바람을 가득 먹여도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뭍을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섬은 그렇게 떠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참성단과 지석묘 그 사이에 
웃음보다는 울음이 질펀하게 깔린 땅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아프게 삭인 
눈물이 하도 많아 
가슴까지 차오르던 바다는 
개펄을 남기고 저만치 물러서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보여 
강화에서는 함부로 길을 재촉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은 고향의 폐가를 찾아가듯이
어디 길모퉁이 펄썩 주저앉아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병인, 신미년 까닭없이 쫓기던 무명적삼들의 
석모도 저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에 비추어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에 가면 
하늘과 땅, 나무와 이름 모를 풀꽃들 
휘청휘청 자진모리 바람까지도 
팔만대장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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