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섬
나호열
마리, 고려 쌍 돛대에 푸른 바람을 가득 먹여도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뭍을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섬은 그렇게 떠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참성단과 지석묘 그 사이에
웃음보다는 울음이 질펀하게 깔린 땅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아프게 삭인
눈물이 하도 많아
가슴까지 차오르던 바다는
개펄을 남기고 저만치 물러서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보여
강화에서는 함부로 길을 재촉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은 고향의 폐가를 찾아가듯이
어디 길모퉁이 펄썩 주저앉아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병인, 신미년 까닭없이 쫓기던 무명적삼들의
석모도 저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에 비추어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에 가면
하늘과 땅, 나무와 이름 모를 풀꽃들
휘청휘청 자진모리 바람까지도
팔만대장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