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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Fossil (화석)

by 丹野 2009. 2. 24.

 

 

 

       Fossil(화석)

 

       십년도 훨씬 더 넘게 하계동 을지병원에 어머님 약을 타러 한달에 한번씩 간다.

       가기 싫을 적도 있지만, 그럴 때는 화석 볼 것을 생각하면 가기 싫은 마음이 금세 즐거운 마음으로 바뀐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던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때부터 화석에게 말 걸기가 시작되었다.

       보호자 진료를 신청해서 의사선생님을 뵙고 약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타오기까지 아주 긴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곳이 화석 앞이다.

       어머님은, 며느리가 병원에 가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아직도 모르신다.

       환자가 많아서 오래 기다리나보다 생각하시면서, 약 타러 다니느라 고생한다고 더 잘해주신다.*^^*

 

       오늘은 비님도 오시고.... 나는 더 오래 그곳에 서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서이다.

       나무 화석이 온 이후로, 요즘은 나무 화석한테 폭 빠졌다

 

 

 

 

 

 

 

 

 

 

          *메소사우루스

 

2006년도에 썼던 글이 있어서 찾아 보았다.

 

 

Fossil (화석)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 눅눅한 아침

병원 한쪽 벽면에 설치된 수족관에서

색깔 고운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성형된 플라스틱 바위에 거짓 암초를 붙여놓았지만

물고기가 헤엄 칠 때마다 바다 속 수초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수족관 옆에는 고생대 지각이 융기할 때 갇혀

뼈 마디마디가 고르게 남아있는 *메소사우루스 화석이 있다

뼈와 뼈 사이에는 아직도 고생대의 시간이 흐르고

선명하게 남아있는 두 쌍의 발과 조금 구부러진 긴 꼬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막 물가로 나와

잠시 하늘 한 번 바라보고 있을 때 덮쳤던

뜨거움이 남겨놓은 기억하고 싶은 시간의 흔적이다

납작하게 눌린 뼈의 조각들과 조금 벌려있는 턱뼈

그 순간에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발가락과 발가락사이에 있었을 물갈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타버리지 않고 끝까지 견뎌 낸 화석

메소사우루스가  끌고 온 수억만 전의 소리가

수족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여전히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는

그러나 빛깔이 빠지고 비늘도 없이

흰뼈만 남겨질 물고기가 수족관에 있다

그보다 더 희디흰 물관을 가진 나는

성큼성큼 걸어서 화석 옆으로 간다



*메소사우루스/중간 정도되는 크기의 도마뱀'을 뜻함

 

 

....그래서 어쨌다고, 생각하는 글이어서 귀퉁이에 저장해놓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