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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갈대 등본 / 신용묵

by 丹野 2009. 2. 8.

 

 

 

갈대 등본

 

신용묵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