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타인의 슬픔 1

by 丹野 2009. 1. 10.

       

       

       

       

       

       

      타인의 슬픔 1 / 나호열

       

      문득 의자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고 끝이 뭉툭해진 생각은

      쓸모가 없다

      다시 의자는 제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

      태어날 때도 그랬던 것처럼

      타인의 슬픔을 너무 오래 배웠던 탓이다

       

       

'나호열 시인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옆집   (0) 2009.01.11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0) 2009.01.10
새벽   (0) 2009.01.10
독과 약, 또는 독약  (0) 2009.01.10
폭설 / 나호열  (0)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