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카테고리 없음

기억의 저편 / 나호열

by 丹野 2007. 3. 12.

 

 

기억의 저편 / 나호열

 

혀에서 태어나서 말들은

가슴으로 돌아와 쌓이거나 버려진다

 

독을 품은 말들은 부메랑처럼 제 가슴에 닿아

가슴을 죽이고

노래로 달려 나간 말들은

파랑새가 되어 소리가 나지 않는 생의 건반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이제는 바람이 묻어 있는 기억이 싫어

말의 씨앗을 퉤퉤 뱉어버리는

아무 수치심 없이 길을 잃어버리는

이름과 주소와 고통을 잃어버리는 것이

또 어디로 가서 아무도 모를 이름과 주소를 남겨놓는다는 것일까

 

내가 누구냐고 묻는 당신에게

나는 웃는다

말이 삭제되어 있는 세계의 상징으로

나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