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다시 되돌아 / 김경성
-모항
삶의 뜨거움이 목까지 차오르는
늦은 오후,
서리 맞은 감국꽃 옆에 두고
붉은 물 쏟아내고 있는 그을린 해를 본다
치열하게 흔들거리는
물결
속으로 자맥질하며
온몸에 붉은빛 덧칠한다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에
하고 싶은 말
바다 속으로 밀어 넣으려 애를
써보지만
빛으로 절단된 바다는
자꾸만 밀어낸다
붉어진 마음 이끌고
막 굽은 길을 넘어설 무렵
언덕 아래
보이는 작은 항구,
창문을 두드리는 파도소리 움켜잡고
몇 날 며칠 동안
가슴에 동굴을 파고 싶은
2005. 시원문학회 시집- 어느 나무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