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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 나호열

by 丹野 2005. 11. 24.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 나호열

 

 

평생을 배워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슬픔
병도 깊으면 친구가 되는데 슬픔
아니다,아니다 북풍한설로 못을 박아도
푸르게 고개를 내미는 젊은날의 부스럼꽃
토막토막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강물에 피어
미워할 수없는,
잊을 수없는 슬픔은 문장이 되지 않는다


빈 손을 내민다
나전에서 봉평가는 길에서 마주친 물길
하늘 끝자락을 잡아당기자
속살 깊이 그려낸 몇 필의 비단
그저 끝없이 끝없이 풀려나가
뜬금없이 무늬지고 싶어도
생살로 또렷이 파고드는 꽃말
슬픔은 구절구절 꺾이고 젖혀지는 길 밖에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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