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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3강
나호열
■ 어머니를 비유하기
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
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
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
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
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
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
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
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청빛 환상』,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이 있음.
두레문학상 수상
■ 해설
어머니는 보편적 고통의 가장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몸’이다. 어머니는 슬픔과 고통, 그리움의 기표이다. 일반적으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경계 너머의”의 어머니가 “나비”의 모습으로 경계를 넘어온다. 비존재가 존재로 현현할 때 ‘형태변용metamophosis'이 일어난다. 언어의 형태변용은 은유이다. 화자가 나비를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릴 때, 메티포는 탈코드화 decoding 된다. 어머니는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나비가 된다. 이것이 경계 너머의 존재를 현재로 불러오는 시인의 방식이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 알아두기
기표記表 signifiant - 기의記意signifié
형태변용 metamophosis
메타포어 metaphor
탈코드화 deco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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