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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창작 강의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3강 / 나호열

by 丹野 2024. 8. 18.


https://prhy0801.tistory.com/m/15685966

 

낭만시인 첫걸음 3강

낭만시인 첫걸음 3강 ■ 어머니를 비유하기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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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3강

나호열



■ 어머니를 비유하기

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

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

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

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

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

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

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

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청빛 환상』,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이 있음.

두레문학상 수상



■ 해설



어머니는 보편적 고통의 가장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몸’이다. 어머니는 슬픔과 고통, 그리움의 기표이다. 일반적으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경계 너머의”의 어머니가 “나비”의 모습으로 경계를 넘어온다. 비존재가 존재로 현현할 때 ‘형태변용metamophosis'이 일어난다. 언어의 형태변용은 은유이다. 화자가 나비를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릴 때, 메티포는 탈코드화 decoding 된다. 어머니는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나비가 된다. 이것이 경계 너머의 존재를 현재로 불러오는 시인의 방식이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 알아두기



기표記表 signifiant - 기의記意signifié

형태변용 metamophosis

메타포어 metaphor

탈코드화 deco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