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은 새가 되고 나무가 되어
강회진
이른 아침 적막 속
햇귀에 단단해진 고인돌 성혈에
새가 왔다
전생에 풀지 못한 고집의 흔적
가녀린 부리로 콕콕
새는, 오늘치 할 일 마쳤다는 듯
이파리 무성한 사과나무 안으로
가볍게 날아올라
순하게 두 발 모은다
고인돌에 몸 말리던 한 사람 떠나고
붉은 심장 지닌 사과나무는
비밀로 커져만 간다
무엇을 견디는 듯
무엇을 기다리는 듯
마치
이제야 내게 도착할 전언
지상으로 올라온 어떤 전언들
미리 짐작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
—계간 《문예연구》 2022년 가을호
-------------------
강회진 / 충남 홍성 출생. 1997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2004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일요일의 우편배달부』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등.
출처 / 푸른 시의 방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사슴 연못 (외 2편) / 황유원 (0) | 2022.12.17 |
---|---|
서망西望 / 조용미 (0) | 2022.11.24 |
시간의 연대連帶 / 강영은 (0) | 2022.11.02 |
드르니항 / 조유리 (0) | 2022.11.02 |
식물성 피 외 2편 / 이주송 (0) | 2022.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