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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고인돌은 새가 되고 나무가 되어 / 김회진

by 丹野 2022. 11. 2.

고인돌은 새가 되고 나무가 되어

 

   강회진

 

 

 

이른 아침 적막 속

햇귀에 단단해진 고인돌 성혈에

새가 왔다

전생에 풀지 못한 고집의 흔적

가녀린 부리로 콕콕

 

새는, 오늘치 할 일 마쳤다는 듯

이파리 무성한 사과나무 안으로

가볍게 날아올라

순하게 두 발 모은다

 

고인돌에 몸 말리던 한 사람 떠나고

붉은 심장 지닌 사과나무는

비밀로 커져만 간다

무엇을 견디는 듯

무엇을 기다리는 듯

 

마치

이제야 내게 도착할 전언

지상으로 올라온 어떤 전언들

미리 짐작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

 

 

             —계간 《문예연구》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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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회진 / 충남 홍성 출생. 1997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2004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일요일의 우편배달부』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등.

 

출처 / 푸른 시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