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백야의 타이핑 / 김경주

by 丹野 2015. 6. 6.

 

 

 

 

백야의 타이핑

 

김경주

 

 

시인은 언어 속에서 백야를 발견하고 겸허해진다

 

입속의 새떼를 모두 날려보낸다

입안에 백야를 기른다 말은

너는 언어를 머금고 있는 연습이다

 

세계를 머금는다는 거

 

네트는 별빛처럼 광대하지만 고독하다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우주와는 가까위지듯이

시 쓰기는 거주지를 잊는 경험이다

 

내가 희생시킨 몇 마리의 사슴들

 

시 쓰기의 평균율, 불쑥,

자신도 모르는 시간으로 기습하는 거

 

하야의 이미지들

 

백야엔 뱀파이어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희미한 빛을 마신다.

그 빛은 뱀파이어의 피가 된다

 

몸을 숨긴 언어들이 백야가 되어갈 때

시는 피붙이를 찾는다 빛에 피가 닿듯이

 

국적 없는 바람

어미 없는 꽃잎

빗소리가 가득 쌓여 있던 하늘

 

백야에 나는 언어 속으로 사라진다

 

 

-<유심>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