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타이핑
김경주
시인은 언어 속에서 백야를 발견하고 겸허해진다
입속의 새떼를 모두 날려보낸다
입안에 백야를 기른다 말은
너는 언어를 머금고 있는 연습이다
세계를 머금는다는 거…
네트는 별빛처럼 광대하지만 고독하다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우주와는 가까위지듯이
시 쓰기는 거주지를 잊는 경험이다
내가 희생시킨 몇 마리의 사슴들
시 쓰기의 평균율, 불쑥,
자신도 모르는 시간으로 기습하는 거
하야의 이미지들
백야엔 뱀파이어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희미한 빛을 마신다.
그 빛은 뱀파이어의 피가 된다
몸을 숨긴 언어들이 백야가 되어갈 때
시는 피붙이를 찾는다 빛에 피가 닿듯이
국적 없는 바람
어미 없는 꽃잎
빗소리가 가득 쌓여 있던 하늘
백야에 나는 언어 속으로 사라진다
-<유심>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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