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2013년 5월 6일
2주가 넘도록 멈추지 않던 기침이 끝을 보여서 평온한 날들이었는데
그날 하루 일정이 힘이 들었는지 기침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화암사 뒷산에 오르지 못하고 그루터기에 앉아있다가 홀로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오래전에 올라갔었던 옛길에 들어섰습니다.
옛길을 홀로 내려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일었습니다.
마치 계곡물이 제 몸을 흔들어서 수많은 말을 제게 걸어온 것처럼요.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서 연두잎 출렁이는 나무를 껴안아봤습니다.
우둘투둘한 나무의 몸에 끈적한 것들이 흘렀습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물속에 발을 넣었습니다.
발가락이 물고기처럼 흔들리기를 바라면서요.
그 시간을 추억합니다.
프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