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꽃살문
2013년 5월 7일
청벚꽃
띠살문
띠살문
띠살문
개심사 오층석탑
오래된 나무가 있는 풍경 김경성
꽃송이 솟아있는 꽃살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의 생이 보인다
시들지 않는 꽃으로 피어나서
꽃잎 낱장마다 오래된 시간의 향기가 기억되어 있다
우리의 생보다 더 오래, 몇백 년 동안
고마리꽃 쏟아지는 개울물까지 뿌리 뻗어서
잎맥마다 서늘하게 마음 두었을 것이므로,
저 꽃살문 속에서는 지금도 한 그루의 나무가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빛도 뚫지 못하는 꽃잎, 향기 그윽하다
문 이쪽과 저쪽
수수만년 동안 닿지 못하는 경계 너머에 너는 있고
그만큼의 거리에서 나는 울고 있다
꽃잎 흔들리도록 문을 열어도 닿을 수 없다
어서 오라고
어서 와서 눈물 닦아내라고
그대가 심어놓은 매화 한 그루, 늦가을에 꽃 벌창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향기
휘청휘청 소름 돋는다
늙은 자목련 굽이굽이 휘어진 가지 끝마다
꽃눈 틔워서 풍경소리 어루만지고
티티 티티
가을볕, 꽃살문에 기대는 소리 터진다
오래된 나무가 내는 꽃잎의 소리를 마시며
자북자북 쌓이는 꽃 그림자 거두어서
문 너머 닿을 수 없는
너의 심장 근처까지
향기 흘려보낸다
깃털 잃은 새들,
흰 뼈 마디마디에
날갯짓으로 쓸어놓은 길의 지도를 돋을새김하는
늦가을이다
- 시집 『와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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