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 / 김경성
붉은 눈을 먹은 새들이 부리를 씻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를 태우며 솟아오르는 태양의 중심을 향하여 날아가는 직박구리의 몸이 물들면서 팥배나무의 붉은 눈이 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밤새 수묵화를 그리던 당신은 몸에 묻은 먹물을 닦는지 뒤척거리고 있었다
벼락 맞은 나무는 목이 꺾인 채 다 쏟아내지 못한 푸른 핏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새벽 달 설핏하니 내려앉은 옹달샘은 푸르렀다
새들은 나무의 귀를 씻어서 숲을 열고
마른 풀더미 아래 쌓인 풀씨는 눈꺼풀을 깜박거렸다
'새들이 삼킨 붉은 눈은 천 개의 꽃이었다'고 당신이 내게 하는
그 말을
가슴에 쓸어 담으며 걷는 새벽,
당신의 심장 속으로 푹푹 발이 빠지는
계간『애지』201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