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이었던 어부, 98세에 수필작가 되기까지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입력 2012.03.31 18:33 수정 2012.03.31 21:43
난 그저 어부였다. 생계를 잇기 위해 바닷바람과 싸우며 배를 몰았다. 남들은 '하찮은 일'이라고 말할진 몰라도 난 자랑할 일이 많다. 내 손으로 집을 지었고, 우리 두 아이와 아내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었다. 바닷가재잡이 수십년. 어느덧 선장도 됐다. '바닷가재의 왕'이란 별명도 붙었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내 나이 90세가 될 때까지 주변에 말 못한 것이 있다. 때때로 이 일 때문에 밤마다 홀로 눈물짓곤 했다.
나는 글을 읽지 못했다. 심지어 식당의 메뉴판도 읽지 못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보고선 '똑같은 메뉴를 달라'고 말했다. 가끔은 도움을 요청하기 싫어서 그냥 배를 곯기도 했다. 사실 우리 식구 중 나보다 나은 처지인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자전적 수필 작가'로 변신했다. 비록 자비(自費)로 출간한 책이긴 하지만, 내가 쓴 책은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읽히고 있다.
'어부의 언어(In A Fisherman's Language)'라는 내 수필집은 포르투갈에서 맨몸으로 시작해 미국 로드 아일랜드에서 자리 잡고 있는 나의 삶을 담은 책이다. 평생 바다와 싸우며 투쟁하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소설 속 '도입부' 같지만, 위의 내용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외신은 '한때 문맹(文盲)이었던 선장, 98세에 작가가 되다'라는 기사를 통해 제임스 아루다 헨리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의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말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한 때 글 읽는 건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던 나였는데, 이젠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편지 같은 걸 써달라고 합니다. 세상에나. 너무나도 기뻐요."
그는 돈을 벌기 위해 10살도 안 된 나이부터 직업 전선에 나와야 했던 터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콘크리트 블록을 만들었고, 빵을 굽기도 했다.
글을 몰라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가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는 것뿐이었다. 그의 친구가 면접관에게 "이 친구가 '바닷가재 왕'입니다"라고 말한 뒤에야 겨우 실기 면접을 볼 수 있었다.
평생 그는 남들처럼 읽고, 쓰고 싶었지만, 그에겐 작은 시간도, 기회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조카가 '편지 한번 써보라'고 권했는데, 한 장 쓰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랬던 그가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98세에 문맹을 깨우친 한 남성에 관한 책을 '듣게 된' 다음부터. 그의 손녀는 조지 도슨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So Good)'란 책의 일부를 그에게 들려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그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려고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글을 배우는 게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 단어의 뜻이 무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울었던 날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독학으로 알파벳을 공부하다 아동용 사전과 씨름했고, 다음에는 친척과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91세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 세월이 지난 2010년쯤엔 느리지만 읽을 수는 있는 단계가 됐다. 당시 자원봉사로 글을 가르치던 69세의 마크 호건씨는 이렇게 전했다. "헨리씨가 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을 때 전 아주 한방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정말 압도됐어요. 그를 통해 전 너무나 배운 것이 많습니다. 그 나이에 불굴의 의지로 일을 해내는 걸 보면서 '나도 나이가 더 들어도 저렇게 뭔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그는 책을 완성했고, 그의 손녀는 이 책이 일종의 '행운의 편지'처럼 전달에 전달을 거듭해 전국에 퍼지도록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코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낸 이 책 한 권이 며칠 뒤면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한 초등학교에 도착하는 식이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3000권이 팔렸다.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도하세요!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일단 요령이 생기면 당신은 정말 그 일을 즐기게 될 겁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내 나이 90세가 될 때까지 주변에 말 못한 것이 있다. 때때로 이 일 때문에 밤마다 홀로 눈물짓곤 했다.
나는 글을 읽지 못했다. 심지어 식당의 메뉴판도 읽지 못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보고선 '똑같은 메뉴를 달라'고 말했다. 가끔은 도움을 요청하기 싫어서 그냥 배를 곯기도 했다. 사실 우리 식구 중 나보다 나은 처지인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자전적 수필 작가'로 변신했다. 비록 자비(自費)로 출간한 책이긴 하지만, 내가 쓴 책은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읽히고 있다.
'어부의 언어(In A Fisherman's Language)'라는 내 수필집은 포르투갈에서 맨몸으로 시작해 미국 로드 아일랜드에서 자리 잡고 있는 나의 삶을 담은 책이다. 평생 바다와 싸우며 투쟁하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소설 속 '도입부' 같지만, 위의 내용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외신은 '한때 문맹(文盲)이었던 선장, 98세에 작가가 되다'라는 기사를 통해 제임스 아루다 헨리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의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말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한 때 글 읽는 건 상상조차 하지도 못했던 나였는데, 이젠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편지 같은 걸 써달라고 합니다. 세상에나. 너무나도 기뻐요."
그는 돈을 벌기 위해 10살도 안 된 나이부터 직업 전선에 나와야 했던 터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콘크리트 블록을 만들었고, 빵을 굽기도 했다.
글을 몰라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가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는 것뿐이었다. 그의 친구가 면접관에게 "이 친구가 '바닷가재 왕'입니다"라고 말한 뒤에야 겨우 실기 면접을 볼 수 있었다.
평생 그는 남들처럼 읽고, 쓰고 싶었지만, 그에겐 작은 시간도, 기회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조카가 '편지 한번 써보라'고 권했는데, 한 장 쓰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랬던 그가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98세에 문맹을 깨우친 한 남성에 관한 책을 '듣게 된' 다음부터. 그의 손녀는 조지 도슨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So Good)'란 책의 일부를 그에게 들려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그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려고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글을 배우는 게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 단어의 뜻이 무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울었던 날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독학으로 알파벳을 공부하다 아동용 사전과 씨름했고, 다음에는 친척과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91세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 세월이 지난 2010년쯤엔 느리지만 읽을 수는 있는 단계가 됐다. 당시 자원봉사로 글을 가르치던 69세의 마크 호건씨는 이렇게 전했다. "헨리씨가 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을 때 전 아주 한방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정말 압도됐어요. 그를 통해 전 너무나 배운 것이 많습니다. 그 나이에 불굴의 의지로 일을 해내는 걸 보면서 '나도 나이가 더 들어도 저렇게 뭔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그는 책을 완성했고, 그의 손녀는 이 책이 일종의 '행운의 편지'처럼 전달에 전달을 거듭해 전국에 퍼지도록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코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보낸 이 책 한 권이 며칠 뒤면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한 초등학교에 도착하는 식이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3000권이 팔렸다.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도하세요!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일단 요령이 생기면 당신은 정말 그 일을 즐기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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