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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심포리역 / 김명기

by 丹野 2012. 1. 14.

 

                                                                                                                                             사진 / 김명기시인.   감사합니다.

 

 

심포리역 / 김명기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보기에 좋은 곳이리
세상에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첫차도 막차도 없으니
애달프게 기다릴 마음조차 없는 곳
도계나 통리쯤에서 기차를 타고
멈출 듯 지나치다보면
지금쯤 붉은 개옻나무 옆
잎 진 벚나무나 개나리 더없이 쓸쓸할 그 곳
아직도 곡진하다는 말 마음속에 품었다면
완곡한 철로변에 우두커니 서서
어둠처럼 밀려가는 컴컴한 침목 사이
차곡차곡 내려앉은 녹슨 자갈들이
서로 모서리를 맞대고 갈라진 틈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헤아려보아도 좋을 일
그래도 떠나보낸 당신 마음이
도저히 내려설 수 없는 곳이거든
아예 오지 않은 듯 돌아서도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으리 어차피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세상에 서 있을 그 곳

 

 

 

 

김명기 

1969년 출생.

2005년 《문학나무》 《시현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북평 장날 만난 체게바라》가 있음.

현재 강원작가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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