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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돌아서 가는 外 / 윤승천

by 丹野 2011. 12. 10.

 

 

아서 가는 / 윤승천

閑漁洞 106

 

 

목련은 꽃이 질 때 추하다
짓무르면서 떨어질 때는
더럽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떨어지는 꽃잎이 더 황홀한 꽃이 있는가
활짝 필 때보다 사라질 때가
이별일 때가 더 설레이고 향내 나는
인연이 있는가

돌아서 가는 너보다 더 목메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인가

 

 

 

 

 

 

 

천년쯤 / 윤승천

閑漁洞 87

 

 

제대로 묵히고 썩힌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천년쯤 묵거나

천년쯤 썩어 보거라.

 

 

 

 

 

 

등굽은 그늘 / 윤승천

閑漁洞 88

 

 

열네살 쯤

척박한 뒤뜰에 '살수 있을까'하며

심어놓은 나무가

내가 저를 잊은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자리에서

뒤틀리고 옹이투성인 채로

모두 떠난 빈집에

등굽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40년

 

 

 

 

 

 

 

적멸寂滅 / 윤승천

閑漁洞 74

 

 

 

내가 과녁이듯

너도 과녁이다

 

나의 적의敵意, 나의 시詩가 겨누는 이 시절의 과녁은

바로 너다

 

부패와 부정

사리사욕, 당리당략

쓸쓸함, 고단함, 허망,

그 끝에 있는

정부와 정치, 행정

 

그리하여 산자의 모든 피는 뜨겁게

적멸寂滅 이다.

 

 

시집한어동 閑漁洞』  2011년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