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가는 / 윤승천
閑漁洞 106
목련은 꽃이 질 때 추하다
짓무르면서 떨어질 때는
더럽고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떨어지는 꽃잎이 더 황홀한 꽃이 있는가
활짝 필 때보다 사라질 때가
이별일 때가 더 설레이고 향내 나는
인연이 있는가
돌아서 가는 너보다 더 목메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인가
천년쯤 / 윤승천
閑漁洞 87
제대로 묵히고 썩힌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천년쯤 묵거나
천년쯤 썩어 보거라.
등굽은 그늘 / 윤승천
閑漁洞 88
열네살 쯤
척박한 뒤뜰에 '살수 있을까'하며
심어놓은 나무가
내가 저를 잊은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 자리에서
뒤틀리고 옹이투성인 채로
모두 떠난 빈집에
등굽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40년
적멸寂滅 / 윤승천
閑漁洞 74
내가 과녁이듯
너도 과녁이다
나의 적의敵意, 나의 시詩가 겨누는 이 시절의 과녁은
바로 너다
부패와 부정
사리사욕, 당리당략
쓸쓸함, 고단함, 허망,
그 끝에 있는
정부와 정치, 행정
그리하여 산자의 모든 피는 뜨겁게
적멸寂滅 이다.
시집 『 한어동 閑漁洞』 2011년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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