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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파미르 고원

견고한 슬픔

by 丹野 2011. 10. 29.

 

 

 

견고한 슬픔

 

2011년 10월 17일 소래 폐염전

 

 

 

 

 

 

 

 

 

  

 

 

 

 

견고한 슬픔 1 / 김경성

-폐염전에서

 

                                                   

갯바람이 차다

가슴으로 들어간 바람 등뼈 뚫고 달아나는 폐허를 보고 싶었다

온몸이 가시로 덮여 만져볼 수 없는

해당화 지고, 붉은 씨방 농익어 부활을 꿈꾼다

하루에 두 번씩 옷을 벗는 여자,

소금꽃 버금버금 너무 많이 쏟아내고 말았나

더이상 잉태할 수 없음에  흰 뼈마저 허물어지고

칼바람 불어와 뼛속을 후빈다

수문은 닫히고

뜨거운 햇볕이 닿아도 꽃 피워낼 수 없는

그녀의 몸,

문자나 어떤 기호도 남겨놓지 못하고

제 몸에 새겨져 있는 소금꽃 뿌리 찾고 있다

절여진 슬픔은 묽어지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지면 모든 생각이 수평으로 흘러가고

그리움도 깊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고요해지는 것

수문이 닫힌 갯벌

살아서 꿈틀대는 몸을 가진 것들

뻘 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함초마저 식물 표본이 되어버렸다

바람 불어와

그녀의 가슴을 핥고

갈대밭 들쑤셔놓아도

그녀는 더이상 옷을 입을 수 없다

벗어놓은 옷, 닫힌 水門에 걸려있다

 

 

 

- 시집 『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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