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슬픔
2011년 10월 17일 소래 폐염전
견고한 슬픔 1 / 김경성
-폐염전에서
갯바람이 차다
가슴으로 들어간 바람 등뼈 뚫고 달아나는 폐허를 보고 싶었다
온몸이 가시로 덮여 만져볼 수 없는
해당화 지고, 붉은 씨방 농익어 부활을 꿈꾼다
하루에 두 번씩 옷을 벗는 여자,
소금꽃 버금버금 너무 많이 쏟아내고 말았나
더이상 잉태할 수 없음에 흰 뼈마저 허물어지고
칼바람 불어와 뼛속을 후빈다
수문은 닫히고
뜨거운 햇볕이 닿아도 꽃 피워낼 수 없는
그녀의 몸,
문자나 어떤 기호도 남겨놓지 못하고
제 몸에 새겨져 있는 소금꽃 뿌리 찾고 있다
절여진 슬픔은 묽어지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지면 모든 생각이 수평으로 흘러가고
그리움도 깊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고요해지는 것
수문이 닫힌 갯벌
살아서 꿈틀대는 몸을 가진 것들
뻘 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않았다
함초마저 식물 표본이 되어버렸다
바람 불어와
그녀의 가슴을 핥고
갈대밭 들쑤셔놓아도
그녀는 더이상 옷을 입을 수 없다
벗어놓은 옷, 닫힌 水門에 걸려있다
- 시집 『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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