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가 어둡다 / 유현숙
불빛이 연꽃무늬 창살에 번진다
검은 새 한 마리, 차고 목 쉰 소리로 공중을 건너가고
두 손을 모아 옥개석 위에 얹는다
누운 탑 그림자가 길다
남쪽 마을에서 사람이 죽었다,
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람을 배웅하던 날 밤
그의 등 뒤에는 어렴풋이 조등 빛이 흔들렸다
누운 사람의 그림자는 늘 길다
그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명치아래 독즙이 괴고,
돌아다 본 등 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흔들리는 것은 불빛만이 아니다
시와 세계가 읽은『2011, 새로운 시』2011년 만해축전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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