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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고성만 / 동쪽 시냇물을 따라 간다

by 丹野 2011. 8. 16.

 

동쪽 시냇물을 따라 간다 / 고성만

 

   — 길 1

 

 

 

 

 

냇물이

필터로 거른 것같이 맑아졌다

 

 

등성이에서 산마루로 바람 불어가듯

해 뜨는 쪽 향하여

가지 뻗는 나무들의 숲

언젠가 잃어버렸던 악기를 연주하는 우듬지 근처

여태 발음하지 못한 말들이

가만가만 흔들리는 물 속

골짜기 사이

또 골짜기 지나

 

 

귀를 씻으러 간다

 

 

검은 그림자 흰 여백 안으로

몰래 다가가고자 했지만

끝내 들키고야 말았던 발자국 소리로

 

 

가도

다 못 가고

다시 돌아오는 길 위

산죽이 발처럼 둘러쳐져 종일 사운거리는 언덕

빈 하늘에 걸린 낮달 가져다가

한 종지 떠서

 

 

찻물 끓인다

 

 

  —《시산맥》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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