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권한다
문장을 이루는 법
변지의 군이 천리의 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다. 그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더니 文章에 있다고 하였다. 그날 집 아이 學遊가 나무를 심었다. 심어놓은 나무를 가리키면서 비유하여 설명해주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에게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면 그 때에야 꽃도 피어난다.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 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 경전과 禮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진액이 오르도록 하고, 넓게 배우고 들으며 예능에 노닐어 가지나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쌓아두고 그 쌓아둔 것을 펼쳐내면 글이 이루어진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문장이 되었다고 인정하게 되니, 이것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문장이란 급하게 완성될 수는 없다. 이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구해보게나, 여러가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329-330쪽 창비 2010
'이탈한 자가 문득 > 램프를 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 대중 철학자 강신주 (0) | 2011.07.09 |
---|---|
정재승이 만난 사람들 /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 (0) | 2011.07.09 |
천양희 / 낯설게 하기의 아름다움 (0) | 2011.06.30 |
[스크랩] think (0) | 2011.06.05 |
[스크랩] 나팔꽃 (0) | 2011.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