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행
윤은영
역마다 풍경을 가진다
성북 월계 녹천
그 사이에는
기차를 타는 굴곡 많은 인부들과
밭이 있고
밭 사이에 허리가 굽은 낡은 집들이 보이고
산길의 꽁무니가 보인다
간혹 아파트 몇 채와
블라인드를 두른 어느 집 거실의 평수만큼
좁아지는 마음도 보인다
방음벽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소음들
과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손으로 꼽아본다
그러다가 또 전철이 떠나고 경계가 생긴다
이제 곧 남은 풀밭에 꽃가루가 날리고
날벌레가 공중에서 윙윙 엉길 것이다
점차 갈아타야 할 노선 없이 곧게 이어지는
간이역 같은 들꽃이 다문다문
들고 일어서는 때
졸면서 떠나는 소요산행 열차
윤은영
1983년 인천출생
숭의여대 문창과 졸업
계간『미네르바』 2010년 겨울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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