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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소요산행 / 윤은영

by 丹野 2011. 1. 18.

 

소요산행

 

윤은영

 

 

 

역마다 풍경을 가진다

 

성북 월계 녹천

 

그 사이에는

 

기차를 타는 굴곡 많은 인부들과

 

밭이 있고

 

밭 사이에 허리가 굽은 낡은 집들이 보이고

 

산길의 꽁무니가 보인다

 

간혹 아파트 몇 채와

 

블라인드를 두른 어느 집 거실의 평수만큼

 

좁아지는 마음도 보인다

 

방음벽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소음들

 

과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손으로 꼽아본다

 

그러다가 또 전철이 떠나고 경계가 생긴다

 

이제 곧 남은 풀밭에 꽃가루가 날리고

 

날벌레가 공중에서 윙윙 엉길 것이다

 

점차 갈아타야 할 노선 없이 곧게 이어지는

 

간이역 같은 들꽃이 다문다문

 

들고 일어서는 때

 

졸면서 떠나는 소요산행 열차

 

 

 

 

 

윤은영

 

1983년 인천출생

 

숭의여대 문창과 졸업

 

계간『미네르바』 2010년 겨울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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