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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청와대, 미술관에 포위되다

by 丹野 2010. 12. 26.

청와대, 미술관에 포위되다

매일경제 | 입력 2010.12.26 16:29 |


권력의 중심 청와대의 이웃집 공근혜갤러리. 고즈넉한 분위기인 이 갤러리를 방문하기 위해선 필수코스가 있다. 경찰관들의 검문이다. "갤러리를 가는 데 웬 검문?"이란 질문이 나온다. 갤러리 방문객을 상대로 한 검문은 아니다. 청와대 보안을 위해 이 지역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 상대 검문이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갤러리 문을 열면 화사한 그림들이 인사를 한다. 적막한 청와대 앞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청와대가 갤러리에 포위됐다. 청와대 주변 갤러리는 10곳 정도다. 청와대 춘추관 바로 옆에 자리잡은 공근혜갤러리를 비롯해 갤러리상, 리씨갤러리, 진화랑, 대림미술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올 연말에는 아트싸이드갤러리가 개관했고 갤러리시몬이 내년 초 새롭게 문을 연다. 딱딱한 청와대 주변에 문화의 향기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앞 갤러리는 본관을 중심으로 동서으로 나뉜다. 청와대 동편 춘추관 주변은 신흥 갤러리촌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공근혜갤러리를 비롯해 갤러리상, 리씨갤러리, 경매회사 크리스티 한국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또 춘추관에서 총리공관 방면으로 내려가다보며 아담한 분위기의 김현주갤러리가 보인다.

청와대 서쪽도 화랑들이 점령했다. 통의동 일대는 진화랑 대림미술관 쿤스트독 브레인팩토리 등 화랑들이 드문드문 있었으나 2008년부터 갤러리아트다 갤러리차 옆집갤러리 스페이스15 팔레드서울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또 올해 말에는 갤러리아트싸이드와 시몬이 개관할 예정이다.

갤러리의 청와대 행이 늘고 있는 이유는 한적하고 고급스런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인사동과 달리 청와대 춘추관 주변과 통의동 일대는 조용하고 고풍스럽다. 또 경복궁과 청와대의 운치 있는 경관이 예술이다.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갤러리들은 대부분 1~2층 독립건물로 대형 화랑이 즐비한 인사동 청담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청와대 이웃집들도 고민이 있다. 이 지역 갤러리들은 보안상의 이유로 4층 이상 올리지 못한다. 청와대 방향으로는 창도 내지 못한다. 또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등 문화재가 인근에 있는 관계로 문화재심의위원의 건물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청와대 앞은 재테크보다는 이 지역에서 꼭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찾는다. 그 대표적 사업군이 화랑인 것이다.

이동재 아트싸이드 대표는 "청와대 앞의 고즈넉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는 갤러리와 찰떡궁합"이라며 "문화의 향기가 딱딱한 이 지역 거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