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그래도 지금 한창 푸르름 짙어가는 나무가 그립습니다.
[2010. 6. 18]
축구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날입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모두가 우리 젊은 아이들의 뜀박질을 바라보게 될 저녁입니다. 저도 오늘은 일찌감치 일거리를 거두어야겠습니다. 들어가는 길에는 동네에서 맛나기로 소문난 보쌈 집에 들러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음식도 준비해 가렵니다. 일거리를 거두며 잠시 새로 낸 책 [나무 사진집 ’동행‘]을 들춰봅니다.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지난 봄부터 새로 마련한 코너가 있습니다. ‘사물에게 말 걸기’라는 제목의 흥미롭고도 의미 있는 코너입니다. 제게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 코너이기도 하지요. 오래 전부터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과 글쓰기를 연습하면서, 제가 첫 주제로 삼는 게 바로 ‘사물에 말 걸기’였던 까닭입니다. 늘 접하는 주변의 사물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그 사물과 교감하는 바를 글로 엮어내는 연습이지요.
제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무와 교감하는 방식을 주변 사물에 적용한 것이지요. 수굿이 사물을 바라보고, 그 오랜 바라봄을 통해 전해오는 내 안의 느낌, 혹은 사물의 느낌을 글로 적어내는 방식입니다. 때로는 내 곁에서 나로 인해 낡게 된 사물의 깊숙한 곳에 배어있는 오래된 나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고, 그 오래된 자취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무 사진집 ‘동행’]은 그렇게 나무를 오래 바라보았던 흔적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가만히 들춰보면 지나온 시절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오랫동안 제게 아무런 느낌을 전해주지 않고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만 서있던 나무도 있었습니다. 또 나무 뒤로 스러지는 저녁 태양의 고운 빛을 담기 위해 나무 주위를 한없이 배회하기도 했던 그 많은 날들의 자취도 있습니다.
물론 그 많은 기록들을 모두 담아내기에 한 권의 책으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사진으로 나무와 나눈 이야기, 혹은 그들의 이미지를 모두 전한다는 건 애시당초 터무니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도 사진은 지난 시간 동안 제가 나무에 말을 거는 하나의 방식이었고, 독자들에게 나무의 뜻을 전하는 아주 중요한 방식이었기에 이같은 사진집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사진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강력한 미디어’입니다. 저는 나무 이야기를 사진 없이 글만으로 전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묵직한 사진기 가방을 들어야 했고, 높다란 산을 오를 때에도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무 앞에 이르러 천천히 나무에게 말을 걸었고, 나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내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집은 이 책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낼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더 소중하다는 말씀을 꼭 올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서투른 제 몸짓으로 지어낸 사진집이 독자 분들의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더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런 여러분들의 성원이 더 좋은 나무 사진, 더 의미 있는 나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가장 소중한 밑거름입니다.
염치불고하고 부디 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있으시기를 삼가 부탁드립니다. 오늘 편지의 사진들은 모두 [나무 사진집 '동행']에 수록된 사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아래에 이 책의 속내를 들여다 보실 수 있는 인터넷 서점 페이지를 링크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나무 사진집 '동행' 찾아보기
'이탈한 자가 문득 > 풍경 너머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만의 방식으로 피어난 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기 (0) | 2010.06.21 |
---|---|
남영호씨, 타클라마칸 세계 첫 단독도보종단 (0) | 2010.06.20 |
흰 색에서 짙은 분홍색까지 황홀한 빛깔의 만병초 (0) | 2010.06.15 |
몸의 병 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유하는 나무 (0) | 2010.06.14 |
영화 / 피아노 (0) | 2010.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