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책, TV 방송, 천리포 목련 … 인디언 섬머처럼 달콤하게
[2010. 4. 22]
집 앞의 목련이 환장할 만큼 예쁘게 피었습니다. 해마다 목련 꽃 흐드러지게 피어날 즈음이면, 인디언 섬머처럼 짧지만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그것입니다. 강의는 일주일의 이틀 뿐이지만, 강의 준비와 과제 평가 등으로 한 주간을 바쁘게 보내다가 학생들이 바빠지는 중간고사 기간이 되면, 모처럼 늘어지는 아주 달콤한 휴식이 생기지요.
이 휴식 지나고 학생들의 중간고사 리포트가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다시 또 분주해진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저 좋기만 합니다. 어제 오늘 이틀을 그렇게 보내는 중이고, 내일부터 이번 주말은 천리포수목원에서 묵을 예정입니다. 비교적 개화 시기가 늦은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은 이 때가 가장 아름다울 때여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거든요.
달콤한 휴식이라고 썼습니다만, 올 봄의 이 중간고사 기간은 좀 바쁘게 보냈습니다.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꽤 있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만, 가장 힘 들이고 있는 게 곧 나올 제 사진집의 마무리 작업입니다. 그 동안 열심히 모아두었던 나무 사진을 골라내서 한 권으로 묶었습니다. 지금 마무리 교정 작업 중이니, 늦어도 5월 중에는 나오게 될 겁니다.
사진은 이 시대에 제가 선택한 ‘또 하나의 텍스트’이며,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제가 선택한 하나의 대화 도구라는 생각으로 그 동안 모아두었던 사진들입니다. 첫 사진집이어서, 특별한 주제나 화두를 표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나무와의 교감이랄까, 혹은 나무가 가장 평안하게 다가온 순간들이 드러난 사진을 골라내 모았습니다.
삼년 전에 냈던 ‘나무 여행’ 책의 개정 작업도 하는 중입니다. 불과 삼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때 소개했던 나무들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기에 몇 가지 정보를 새로 고쳐 넣는 게 출발이었지요. 게다가 이 책의 초판본에 대해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하다고 하셨던 독자 분들의 말씀도 개정작업을 하게 한 요인이었지요. 하긴 한 권의 책에 무려 260 그루가 넘는 나무들을 소개하려고 했으니, 그게 가당키나 했을까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욕심을 오히려 칭찬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그 욕심이 독자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는 게 출판사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책의 정보를 덜어내고 싶지 않아 머뭇거렸지요. 하지만 욕심을 조금 거둬내 다음에 낼 책에 더 많은 나무 이야기를 더 진지하게 담을 생각으로 출판사의 판단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오늘 내일 사이에 마무리해야 하네요.
주초에는 또 하나의 일이 있었습니다. KBS-TV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이었어요.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한국 한국인’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화요일에 녹화를 마쳤고, 다음 주 목요일인 29일 밤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프로그램의 제목에 어울릴 만한 인물이 아님을 알아서 처음에는 정중히 사양했습니다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생각으로 출연하게 됐습니다.
녹화는 한 시간 정도 했지만, 실제 방송은 30분 정도이니, 제가 한 이야기 중에 어떤 이야기가 편집되어 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낭독의 발견’에서 나무 이야기를 한 게 2년도 채 안 된 일이어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습니다만, 실제 방송은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는 늘 비슷하기 때문에 저의 대답이 어쩔 수 없이 같을 수밖에 없는 게 아쉬웠던 녹화였습니다.
그렇게 달콤했지만, 분주했던 중간고사 기간 한 주일이 흘러갑니다. 오늘은 주말에 마무리해야 하는 신문과 잡지의 원고를 서둘러 써둘 생각입니다. 그래야 내일부터 더 편안하게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꽃들과 속을 내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주말은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날 때 아닌가 싶습니다. 토요일에는 ‘회원의 날’ 행사가 있어서 조금 분주하기야 하겠지만, 이때가 한 해 중에 가장 아름다운 때입니다.
제게 가끔 천리포수목원은 언제 가 보는 게 가장 좋으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알려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 참. 오늘의 사진 속 나무를 소개하지 않았네요. 며칠 전에 찾아본 충북 괴산의 나무들인데, 위의 두 장은 괴산 적석리 소나무이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넉 장은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입니다. 이 오가리 느티나무 제가 참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기회 닿는 대로 이 오가리 나무 이야기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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