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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세상과 세상 사이

和而不同의 정치는 정녕 꿈인가

by 丹野 2009. 2. 24.

 

 

    [기고] 和而不同의 정치는 정녕 꿈인가

                                      나호열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 나호열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TV를 켜면 마음이 어두워지고 신문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꽉 막힌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는 우리에게는 절망의 쓰나미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푸념은 변명조차 되지 않는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후보자 자격론이니 검증이니 하면서 떠들어대지만 결국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이나 아예 투표장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은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결과인 까닭이다. 대통령이 잘못되면 관료들이, 관료들이 잘못되면 국회의원들이 서로를 통제하는 삼권분립의 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아픔이기도 하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이상은 공허한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햇볕정책을 기반으로 남북간의 화해를 이상적 목표로 삼았고, 경제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실험했다. 386이라고 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 두 축을 기둥으로 삼아 이 땅을 호령했지만 결국 인간은 자본주의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진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로는 대중 또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그들이 먼저 부패하고 권력의 달콤함에 함몰돼 버렸다.

    여당이고 야당이고를 막론하고 겉으로는 프롤레타리아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부르주아의 행태를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정말 우리가 절망하는 것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던져졌다는 당혹감이다.

    며칠 전 미국에서 독직 사건으로 주지사가 체포되었고 그 담당 검사는 감청으로 그 수상한 뒷거래의 덜미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 다음 이야기, 정치적 탄압이라든지, 감청이 불법이니 항소하겠다느니 하는 익숙한 우리의 패러다임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 간신히 불법적(?)으로 예산안이 처리되고, 줄줄이 여야 간의 격돌이 예상되는 법안 중에 국정원법 개정이 들어 있는데 그 핵심이, 감청의 범위를 넓히고 컴퓨터 범죄의 확산을 방지하고 국가 간의 해킹으로부터 국익과 안보를 지키겠다는 국정원의 업무 범위 확장이라고 알고 있다. 이를 두고도 공안정치에로의 회귀라거나, 야당 탄압의 장치로 악용될 것이라거나,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짜증스러운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은 정의이고, 남이 하면 불의라는 못된 편견이 모처럼 일 좀 잘해보겠다는 국정원의 충심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적어도 십 년 앞을 내다보는 일에 꼼수를 부리고 어깃장을 놓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는 악의적 글에 대한 제재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이버 범죄방지법 제정을 반대하거나 인륜을 저버린 범죄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상주의적 발상은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주의자의 항변에 불과하다.

    수없이 터지는 부정부패의 폭탄 앞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까닭은 예전 같으면 영영 묻혀 버릴 사건들이 그만큼 투명해진 세상 앞에 무력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기 때문이다.

    어차피 법은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따라 바뀌는 상식일 수도 있다. 치열한 세계화의 경쟁 속에서 예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은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잃으면서도 소중하게 민주화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호간의 견제와 감시체제의 구축을 함의하고 있기도 하다. 연말까지 처리해야 된다는 법안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명을 다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서로 좋게 지내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함)의 대승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헛된 꿈인가.

  • 나호열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 기사입력 2009.02.24 (화) 22:23, 최종수정 2009.02.24 (화) 22:21
  •  세계일보 &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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