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무늬 토기
김경성
빗금 그어진 틈새로
씨앗이 뿌리내려 발아하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쉽게 닫아걸지 못하는 나의 방문처럼
우리의 생 또한, 저렇듯 엷은 틈이 있어 어긋나지 않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것 아닌가
새끼별 거느리고 어둠 베어 먹는 달밤이어도
틈으로 새어드는 빛이 있어
해독하지 못하는 그때 그 순간의 풍경이 있을 것이고
네 안에 담고 있는 안개의 무게라든가, 향기의 무게
모두 가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엇인가 오래 머물고 있어서
항아리 안쪽을 물들이는
푸른 이끼의 길을 더듬어보면
신석기 시대의 풍경들이 쏟아져나와
토기 밑바닥에 찍혀있는 나뭇잎 편지 해독할 수 있으련만
넓은 잎 펼 수 있다고
깨금발 들고 말을 걸어보지만
늘 그런 날인 것처럼
진흙 띠 눌러 붙인 덧무늬 틈새로
바람만 쏟아낸다
너의 가슴 어딘가에 묻어둔 씨앗 품어
내 안에서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그 바람까지 다 받아낼 수 있을까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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