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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소래 폐염전

폐허 / 폐허를 찾아 나서다

by 丹野 2008. 1. 15.

 

 

2008년 1월 15 일 

폐허를 찾아 나서다.

 

오늘 많이 춥다고 했다.

 

춥다고 했으니, 가슴으로 들어간 바람 등뼈 뚫고 달아나는 폐허를 만나고 싶었다.

어떤 것에 끌려가는 듯,

3권의 시집을 가방에 넣고 카메라를 넣고 집을 나섰다.

 

소래포구는, 이제 낭만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점점 높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

아파트 벽에 부딪쳐떨어지는 갈매기도 더러 있으리라.

 

길은 길이었으나, 자동차의 길이었다.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리 끝까지 걸어갔지만, 폐허는 없었다. 언제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길이라는 것이,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인식되어버린 것일까.

--내가 그대 앞에 걸어가서 길을 물었으니, 사람이 다니는 길을 알려줘야함이 옳은 것 아닌가......

 

 

나는 홀로 먼길을 돌고 돌아서 폐허를 향해 자꾸만  걸었다.

길이 막혀있을 때에는 다시 갔던 길 되돌아 오기도 했다.

 

폐허를 걸어서 가는 길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걷고 또 걷고 얼굴이 찬바람에 얼어서 발개질 때까지 걸어야한다.

걷다가 잠깐 잠깐 휘청거릴 정도로 많이 걸어야한다.

 

폐허로 가는 길에는 사람도 없다.

혼자이다. 혼자인 것의 두려움까지 모두 자신의 몫이다.

황량한 갯벌과 폐염전, 쓸쓸하게 불어오는 찬바람 가슴에 안고 걸어야한다.

자꾸만 걷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 찡하게 와닿는 풍경이 있으니....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온몸이 가시로 뒤덮여있는지

해당화지고 붉은 씨방 겨울볕에 농익었다.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