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니무가 우는 듯, 물고기가 우는 듯

丹野 2019. 4. 9. 01:03


나무가 우는 듯, 물고기가 우는 듯

 

김경성

 

 

바람이 어지럽게 부는 날에는

열여섯 마리의 물고기가 소리를 내는 법주사 팔상전에 간다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몸으로 소리를 내고

나무의 몸으로 지은 호수 안에서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시간

 

몇 차례의 바람이 지나고 나면

소리의 파문이 둥근 무늬를 하나씩 지워가며

몸속에서 일렁이던 소리도 고요해진다

 

숲 속 나무는 멸치 떼처럼 제 몸을 세워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산신각 앞 너럭바위는 날리는 비늘을 제 몸에 붙이고

물을 부른다

 

열여섯 마리의 물고기가 몸 부딪쳐 불러내는 고요는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되었을까

 

끝내 속엣말 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사람들

눈부처 되어 어른거리는

봄날 오후

어디로 갔는지 물고기 서너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우는 듯, 물고기가 우는 듯

물 밖으로

새어 나오는 목탁소리에 눈물이 묻어있다

 

 

-계간 《시인정신》 201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