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 2017. 8. 31. 09:16



[아침시산책] 해국

경기신문 2017년 04월 23일

  










해국

                                                   /김경성



부리가 둥글어서 한 호흡만으로도 바람을 다 들이킨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해국

수평선의 소실점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은 향기뿐이라고

부리 속에 향 주머니를 넣어 두었다



후우우-

곡예사처럼 바람의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는 향긋한 숨

둥근 부리를 열어 보이는 일이

하늘 높이 나는 것보다 더 농밀하다



날지 못하는 바닷새, 상강 무렵

바다를 향해 연보라빛 부리를 활짝 열었다

향기가 하늘까지 해조음으로 번졌다

바다가 새보다 먼저 젖었다



 

  
 
눈부신 어둠 속에서 침착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깊다. 침묵 속으로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사물의 실체를 찾는 일에 시의 맛이 들어난다. 김경성 시인의 사물의 눈은 어떤 것일까? 사물을 바라보는 눈〔眼〕중에 영안(靈眼)이 있다고 한다. 일반인의 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것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시인의 눈일까. 해국을 한 마리 새일 거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해국 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새가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것으로 본 시인. 퍼덕거릴 때마다 새의 날개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바다를 향해 퍼져 나갔으리라. 먼 바다에 눈을 둔 시인의 마음과 함께, 자기애 뿌리를 돌보는 시간 그 시간이 시인의 마음에 거듭나게 새롭게 일어서길 바란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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