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 2016. 6. 18. 04:01







튜닝


 


최문자


 


 

그 무엇이 없어지지 않는 병에 걸렸다


 


튜닝이 안 되는 병


이 병의 증세는 이전의 소리에서 악취가 나는 것


많은 빗자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랍을 열고

줄 없는 노우트를 꺼내면


당신은 꽃을 그리고


나는 아직도 짐승을 그리워 한다


남몰래


맘에도 없는 신발을 신고


아파서


아름답게 걷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몇 차례


연필로 분홍빛 일기를 썼다가 일기 속에서도


마음을 숨기고 흙으로 덮었다


이대로 자꾸 나를 베어버린다면


평평한 수평의 음들이 되겠지


자주 산책을 나갔다


집을 나가면 계속 계속 하늘이 나온다


아이들은 작은 새처럼 날았고 나는 느리게 걸어갔다


의자들은 많았지만 새로운 감정들이 쏟아져 있었다


그 곳에 감춰져 있는 노을


붉어서 사람들은 붉은 구름을 좋아했다


튜닝이 잘 되는 구름을 좋아했다


난 어디서나 잘 보이지 않았다


골목길에서도 잘 흐르지 않았다


헐리고 있는 사랑들이 흐려졌다 가물가물 돌아오는 시간


튜닝한다


 

모든 냄새를

우루륵 일어나는 낯선 언어를


온몸으로 헤어진


우리가 버린 말들


침묵 소리 그리고 그리운 빛깔들을


 


 


 —《문학동네》201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