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사람들 / 장성혜
丹野
2013. 7. 15. 11:12
사람들
장성혜
한 정류장 밖에 올리브 나무 찻집이 있었다
샤갈의 마을이라는 꽃집도 있었다
한 정류장 밖에 있는 집들은 멀다
샤갈의 마을이 사라지고 오븐에 빠진 통닭집이 생겨도
저녁이면 포장마차가 불을 밝히고 있어도
내리지 않는다
올리브 나무가 문을 닫고
하노이의 아침이 손을 내밀어도
바로 옆 왕갈비 집에서 냉면 한 그릇을 그냥 준다고 해도
간판만 보고 지나치기만 한다
언제 차라도 한잔하자면서 만나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는 샤갈의 집 밖에 잠깐 나타났던 포장마차이거나
올리브 나무 아래 생겼다 사라진 붕어빵 수레다
한 정류장 밖으로 가을이 왔다가 가고
한 정류장 너머에 눈이 쌓였다가 녹는다
한 사람이 피었다 진 자리에
꽃이 피면 잠깐 생각나는 사람이 생겼다
올봄에는 얼굴이나 보자는 사람과
꼭 그러자는 한 사람 사이에
그러자는 사람이 또 나타났다
마을버스 정류장 사이에 정류장 하나가 늘어났다
편의점 앞 소나무는 정류장을 다닥다닥 매달고 있다
문득, 쳐다보니
낮달과 소나무 사이도 한 정류장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