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스크랩] [김신용] 황금 연못

丹野 2012. 12. 16. 11:36

 

 

황금 연못

김신용

 

 

접시 위에 두 마리의 생선뼈가 나란히 누워 있다

 

살도 없이 두 개의 뼈로 만나는, 번짐 혹은 파문

 

접시호수의 물이 잠시 담채(淡彩)로 물드는 것 같다

 

뼈의 휠체어에 앉아 노후(老後)의 노을에 젖어보는 것

 

살 한 점 없이 접시 위에 누워 있는, 두 개의 생선뼈가

 

저렇듯 가을빛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것은, 저 뼈가 벼랑이 아니라

 

제 육신을 지탱해준 기둥이었다는 것을 안, 눈빛 같기도 해

 

벼랑을 척추 삼은 생애가 저녁의 무늬이듯 환하다

 

접시호수가 떨어져 내린 나뭇잎 하나로 불타오른다

 

저 노을빛에 물들면 벼랑도 돌이 된 심장을 꺼내

 

저 저수(貯水) 된 물의 손에 가만히 쥐어줄 것 같다

 

어망을 거둬들이는 노부부의 그림자가 저녁의 음영에 더 짙어진다

 

번지지 않는 파문의 일렁임이, 접시호수를 끌어당겨 나뭇잎 하나로 덮는다

 

 

 

-<<시인동네>> 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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