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배후 / 김명기
丹野
2012. 10. 31. 23:08
배후
김명기
지칠대로 지치거나
사는 것이 쓰라려야 뒤 돌아본다
남을 위해 산 것도 아니고 그저 나를 위해
이악스웠을 뿐
어느 날은 저잣거리에 눈물 한 방울 없이
마음마저 팔고 돌아와
이 씨팔놈에 세상이라고 소리도 질러본다
그런 날 다시 내 시집 꺼내 겉장 툭툭 두드리다 넘기면
온통 반성의 나날이다, 쑥갓꽃에도 돌 틈 상추 하나에도
골목길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안쓰러웠던 날들
생의 정조준은 어디이길래
가는 곳마다 오발의 흔적들인지
더디디 더딘 생의 걸음을 따라
한 세상 건너다 보며 제 가슴 두드리며
이런 것이 아니지 하면서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
멀고도 먼먼 날도 정맞는지 모르고
맞선 마흔 두해를 살고서야
내 생의 배후를 생각해보면 더럭 겁이 난다
죽을 떄까지 얼마나 크고 많은 잘못을 저질러야 하는지
벙글기 무섭게 작은 이파리에 밀려 낙화하는 목련처럼
기어이 나를 반성으로 몰아내는 삶의 비의는
어디서 나의 비굴함을 조준하고 있나
-사람과 문학 2012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