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미조항 남흥여객 남미식당 남미여관에서 일박 / 고성만

丹野 2012. 9. 18. 21:33

미조항

 

 

미조항 남흥여객 남미식당 남미여관에서 일박

               ─ 길 · 3

                                                         - 고성만

 

 

 침묵은 또 다른 말

 바람은 또 다른 음악

 결과 결 사이

 무반주 첼로 소리 들린다

 

 구불구불

 논둑 밭둑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해안선 따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마을의 이름 두곡 월포 사촌 설리

 봉오리처럼 피어

 갈매기처럼 내려앉는 기억들

 

 - 오늘 내가 본 것들은 오래 전에 본 듯한 것들이다

 

 바다 안개 힘겹게 헤치며

 다가온 남흥여객에 올라

 배들이 순한 표정으로 묶인 미조포구에 도착

 웬 변덕인지

 삼겹살 먹고 싶다는 사람 있어

 남미식당에서 저녁식사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위 남미여관에서 일박

 

 자다 깨어

 대답 없는 바다를

 천천히 불러보았다

 

 

 

 『시애』2012년 6호

 

 

 

 -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올해 처음 본 나비><슬픔을 사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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