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새들의 페루 / 신용목
丹野
2012. 1. 20. 08:38
새들의 페루 / 신용목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 오르는 검은 봉지들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박힌
공중의 검은 과녁, 중심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
둥지를 휘감아도는 회오리
고독이 뿔처럼 여물었으니
하늘을 향한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
새들이 급소를 찾아 빙빙 돈다
환한 공중의, 캄캄한 숨통을 보여다오! 바람의 어금니를 지나
그곳을 가격할 수 있다면
일생을 사지 잘린 뿔처럼
나아가는 데 바쳐도 좋아라,
그러니 죽음이여
운명을 방생하라
하늘에 등을 대고 잠드는 짐승, 고독은 하늘이 무덤이다, 느닷없는 검은 봉지가 공중에 묘혈을 파듯
그곳에 가기 위하여
새는 지붕을 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