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당간지주幢竿支柱 * 2 / 윤제림
丹野
2012. 1. 9. 02:37
굴산사지 당간지주 / 사진 프라하
당간지주幢竿支柱 * 2 / 윤제림
문제는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바위도. 범일도...사굴산도, 굴산사도...
그리고 저 돌기둥도, 진성여황 2년 그 눈밭에서
겨우내 당신을 기다리던
나도,
문제는
당신은 있는데, 내가
없다는 것이다
정동진 바닷가에서 들판을 가로질러 오거나
대관령을 넘어서 오거나
실성한 여자 하나를 위해서도
하늘 높이 매달리던
눈보라 속의 붉은 깃발이
없다는 것이다
*사찰에서 깃발이나 걸개그림을 매달기 위해 세우는 깃대의 받침대
『미네르바』2011년 겨울호
당간지주 / 윤제림
바람이 깃발을 만나러 왔는데 깃발이 없다, 하릴없이
어디만큼 가던 바람이 그럼 깃대라도 쓸어보고 가자고
돌아서 왔는데 이번엔 깃대가 없다.
당간지주를 만나고 오는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