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

서종리 / 나호열

丹野 2011. 12. 29. 23:34

 

 

 

서종리 / 나호열

 

 

곧고 푸른 길이 있다.
눈여겨 보지 않은 곁길
한 번은 큰 맘 먹고 휘돌아 가야 하는 길

양지녁을 골라 풀꽃 피듯 주저앉은 마을
길가로 가슴을 열어둔 예배당은 퇴락해 가면서도 즐겁다
죄짓지 않은 사람들 목례도 없이 지나쳐 갈 뿐
돌계단에는 이끼만 푸르다

그 길을 간다
가슴 가까이 찰랑거리는 강이 길이다
헝크러지고 뒤틀린 삶을 빗질하고 싶을 때
차단기가 내린다
앞서고 싶으면 앞서게 하고
손은 오로지 어깨동무할 때만 필요한 법이라고
스스로 몸 낮추는 강

띄엄띄엄 버스는 오지 않고
무엇인가 아쉽게 놓친듯한 마음일 때
터벅거리며 걸어가 보고 싶은
저 먼 곳
종이 울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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