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연곡사 동부도
丹野
2019. 8. 12. 14:11
연곡사 동부도 / 프라하
연곡사동부도 / 김경성
빗방울 소리에 밤새 뒤척거리던 수련이 몸 여는 시간이었다
물큰한 향기 내뿜는 매실의 사리가 나무 아래 그득했다
연꽃은 물속 깊이 자맥질하고 있는지 연잎 그림자만 흙탕물에 젖었다
부도 상대석의 앙련仰蓮, 꽃잎 뒷장에 새겨놓은 자리마다
똑똑 눈물 떨어졌다
꽃을 피우려고 먼 산이 젖도록 돌을 만지던 소리다
탑 속에 다리를 묻고 천년 동안 잠들어 있던 봉황
탑을 돌던 사람들의 마음결을 아는지
부도 위에서 날개를 활짝 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한순간, 천년의 시간이 미끄러져서 그림자로 내려앉더니
몸돌 상대석에 앉아 있던
가릉빈가, 가릉빈가
날아올랐다
- 계간 『 시인정신』 201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