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 2011. 1. 4. 18:43

 

 

 

 

쓸쓸 

문정희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로 써보네. 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잔을 권할 때도 있네

이윽고 옷을 벗고 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