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 2010. 8. 4. 17:55

 

 

700년 만에 핀 꽃

 

     윤일광

 

2010년 08월 09일 (월) 09:55:00 거제신문

 

석존(釋尊)께서 영산(靈山)에서 설법(說法)하실 때 어느 날 대중 중에 한 사람이 연꽃 한 송이를 드렸다. 그러자 석존께서 그 꽃을 들어 대중에서 보이시며 아무 말씀도 않으셨다. 대중은 그 뜻을 몰라 망연해할 때 마하가섭(摩訶迦葉)만이 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은 것을 염화시중(拈花示衆: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다)의 미소(微笑)며, 불교 선(禪)의 기원이 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대승불교의 상징이 연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연유는

 

첫째가 '처렴상정(處染常淨)'이다. 더러운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마치 불자가 세상의 무명(無明)과 어리석음의 진창 속에서도 거기에 물들지 않음이며, 모든 불상(佛像)이 연꽃좌대 위에 앉아 계신 것도 그런 뜻이다.

 

 

두 번째가 '화과동시(花果同時)'다. 꽃이 핌과 동시에 연자(蓮子), 연밥, 연실이라 부르는 열매가 열린다. 이는 인과(因果)의 법칙이며, 생(生)과 사(死)는 같음이며, 색(色)과 공(空)은 둘이 아니요 하나임을 보여준다.

 

 

세 번째가 '진공묘유(眞空妙有)'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텅 비어 있지만 바람에 꺾이거나 쓰러지지 않고 꽃을 피우듯 진리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오묘한 이치임을 가르쳐 준다.

 

 

네 번째가 '종자불실(種子不失)'이다. 씨앗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1951년 일본에서는 2천∼3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씨앗 세 개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이것을 1953년 4월 도쿄 박물관에 심었더니 싹이 트고, 3년 후인 1956년 8월에 꽃을 피웠는데 바로 연꽃이었다. 이렇듯 강한 생명력은 진리의 영원함을 상징하게 된다.

 

작년 5월 함안 성산산성 발굴조사 과정에서 옛 연못 터 지하 토층에서 약 700년 전의 고려시대 연실 10개를 발견하고 그 중 8개를 심었더니 올해 꽃을 피웠다고 한다. 꽃은 연한 붉은 빛을 띤 홍련으로 '아라홍련'이라고 이름 지었다. 사람도 700년 쯤 지나 다시 태어날 수는 없을까?

 

 

출처 / 거제신문 윤일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