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두 조각 입술 / 문정희
丹野
2010. 12. 13. 03:01
두 조각 입술 / 문정희
닫힌 문을 사납게 열어젖히고
서로가 서로를 흡입하는 두 조각 입술
생명이 생명을 탐하는
저 밀착의 힘
투구를 벗고
휘두르던 목검을 내려놓고
어긋난 척추들을 밀치어놓고
절뚝이는 일상의 결박을 풀고
마른 대지가 소나기를 빨아들이듯
들끓는 언어 속에서
하늘과 땅이
드디어 눈을 감고 격돌하는 순간
별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빙벽이 무너지고
단숨에 위반과 금기를 넘어서서
마치 독약을 마시듯이 휘청거리며
탱고처럼 짧고 결력한 집중으로
두 조각 입술이 만나는
숨 가쁜 사랑의 순간
- 시집『나는 문이다』뿔 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