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빗방울 드레스미싱 外 / 김상숙

丹野 2010. 7. 25. 07:30

 

 

 

빗방울 드레스미싱 / 김상숙

 

 

봄비 내리는 날

수선 집들 소란스럽다


높은 곳 낮은 곳

공원이든 둔치이든 가리지 않고


구멍 나고 해진 곳 찾아

주욱죽 주욱죽 도르르륵

주욱죽 주욱죽 도르르륵


구석구석 덧대고 도려내고

뚫린 가슴 박음질 한다


어둡고 좁은 골목에

흉터처럼 버티고 있는 소문도

봄비에 흘러넘쳐 푸른 물이 든다


피 묻은 딱지 쓸어주느라

간판 없는 수선 집들

소란스럽다

 

 

 

 

 

한 몸, 변주곡 / 김상숙

 

 

한적한 공원 옆

등나무와 亭子가 서로 끌어안고 있다


등나무가 두 허벅지 힘으로

정자 기둥을 한껏 조이고 있다


이 외설적 체위에 얼른 눈 돌려도

유혹적 몸짓에 자꾸 시선을 빼앗긴다


몸을 배배꼬는가 하면 근육질 팔목을 끌어당기는

손도 없는 것이 발도 없는 것이


날리는 머리카락 매만지며

목덜미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젖무덤을 파고든다

코도 없는 것이 저 몸도 없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체위. 깊숙한

맛도 모르는 것이 멋도 모르는 것이
 

긁는 곳마다 꽃을 피운다

촉각도 없는 것이 미각도 없는 것이


등꽃 잎사귀

발그레 흔들리는 뜻 모를 진동

귓불도 없는 것이 혀도 없는 것이

 

 

우리詩 2010년 7월호

 

 

김상숙 선생님...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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