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시집『와온』

채석강, 그 이면에

丹野 2010. 10. 21. 23:48

 

 

 

채석강, 그 이면에

 

김경성

 

 

선캄브리아대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백악기 지층이라 했네, 부서지는
화석의 물결도
켜켜이 쌓여 있는 서책 무늬도 모두
칠천만 년 전의 숨결이라 했네
펼쳐진 지층에 붙어
문자를 해독하고 있는 우렁쉥이나

읽을 수 없는 문장 위에 푸른 물들이며

바다를 불러 모으는 파래나
모두

새의 날갯짓에 걸려온 바람으로  

버무려질 수 있는 것이니

하늘에 그어진 길  지우고 내려와서

이제 지층 속 길을 찾아

부리를 흔들고, 눈빛을 쏘고 있는 것인가

뭍에 오르기 위해

제 몸 부서트리며 일어서는 바다의 눈물과

남아있는 것들의 속내를 읽어내는 것이 바람이라면

내게 부쳐온 편지의 문장 속에도

중생대 바람으로 떠도는 그때의 말들이 들어있겠네

서책 사이에서 밀려나온 둥근 돌 위에 앉아 

그대의 편지를 읽고 있으려니

지층 속에서 길을 찾은 새,  깃털 부수며 날아오르네

순간 

백악기의 용암이  내 몸을 핥고 지나가네

흘러가네, 흘러가네

또 하나의 지층이 흘러가네 

 


 

 

                                                                                                                   채석강에서 /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