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1758

봄날 / 고성만 봄날 고성만 처녀 선생님 무슨 쪽지를 가져다주고 오라고 심부름시 킨 봄 자잘한 유리조각 반짝이는 대기 속을 물고기같이 헤엄 쳐 건너 면사무소 얼굴이 벌개진 청년에게 전해주고 나오 는 날 곗돈 떼어먹은 홍아네 몸쓸 병에 걸렸다는 솜틀집 식모 살러간 정이 누이 이야기가 오가는 정류장에 앉아 .. 2009. 1. 14.
대한민국에서 시인으로 사는 일 / 김명원 대한민국에서 시인으로 사는 일 김 명 원(시인, 대전대 겸임교수) 정일근「대한민국에서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시안』2008 가을호) 마종하「물집」(『 시작』2008 가을호) 박정규「바람개비」(『 리토피아』2008 가을호) 김금용「시 비빔밥」(『 우리詩』2008 10월호) 공광규「부부론」(『 시와정신.. 2009. 1. 13.
시적 개성 : 문체文體는 문채文彩다 / 김석준 시적 개성 : 문체文體는 문채文彩다 김석준(시인·평론가) 시인에게 있어서 문체는 자신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존재론적 운명성 또한 걸려 있는 가장 요긴한 문젯거리이다. 하여 문체文體는 문채文彩가 나는 인격이다. 문체는 말이 빚어내는 오묘한 마법의 작용인데,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 2009. 1. 13.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 김명리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김명리 휘젓던 꽃샘바람 그치고 볕 좋은 날 잘 익은 너르바위에 식탁을 차린다 인적 드문 이곳, 금빛 골짜기 유릉 숲 사이론 푸른 해오라비 날고 물소리가 해묵은 커튼처럼 드리워지고 아무래도, 덮쳐오는 봄빛은 치한의 눈빛처럼 이글이글해 만개한 산철쭉 두근거리는 바위틈.. 2009. 1. 10.
그늘 / 심재휘 그늘 심재휘 그늘이 짙다 8월 해변에 파라솔을 펴면 정오의 그늘만큼 깊은 우물 하나 속없이 내게로 와 나는 그 마음에 곁방살이하듯 바닷가의 검은빛 안에 든다 한나절 높게 울렁거리던 파도가 슬픈 노래의 후렴처럼 잦아드는 때 더운 볕도 기울고 그늘막도 기울어 조금씩 길어지던 그늘은 어느덧 바.. 2009. 1. 10.
내 가슴속에는 불타는 칼이 / 조용미 내 가슴속에는 불타는 칼이 조용미 새들이 은사시나무 위에 지은 허공의 집은 위태로워 보인다 저 위태로움이 새들을 지켜줄 것이다 아득한 곳까지 마음의 문을 열면 이 혼미함을 걷어낼 수 있을까 아득한 곳까지 마음의 문이 열리기나 할까 내 가슴속에는 불타는 칼이, 파리지옥풀의 가시돌기 안테.. 2009. 1. 10.
풍경의 해부 / 조용미 풍경의 해부 조용미 저렇게 많은 풍경이 나를 거쳤다. 저렇게 많은 풍경의 독이 네 몸에 중금속처럼 쌓여 있다 올리브나무 사이 강렬한 태양은 언제나 너의 것, 너는 올리브나무 언덕을 지나갔다 양귀비들은 그 아래 붉게 흐드러져 있다 바다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알시옹처럼 너는 운명을 다스리.. 2009. 1. 10.
가을비 / 신용묵 가을비 신용묵 흙에다 발을 씻는 구름의 저녁 비 거품처럼 은행잎 땅 위에 핀다 지나온 발자국이 모두 문장이더니 여기서 무성한 사연을 지우는가 혹은 완성하는가 바람의 뼈를 받은 새들이 불의 새장에서 날개를 펴는 시간 고요가 빚어내는 어둠은 흉상이다 여기서부터 다리를 버리고 발자국 없이 .. 2009. 1. 10.
거미줄 / 신용묵 거미줄 신용목 아무리 들여다봐도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세월은 잠들면 九天에 가닿는다 그 잠을 깨우러 가는 길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 많이 향하고 길 너머를 아는 자 남아 지도를 만든다 잘린 듯 멈춰 설 때가 있다 햇살 사방으로 번져 그 끝이 멀고, 걸음이 엉켜 뿌리 가 마르듯 .. 2009. 1. 10.
부론에서 길을 잃다 / 김윤배 부론에서 길을 잃다 김윤배 부론은 목계강 하루 어디쯤 초여름 붉은 강물을 따라가다 만난 곳이니 하류의 마을일 것이다 가슴에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가을 건너고 겨울 건넜다 나는 그 긴 계절을 부론에 머물고 있었다 부론에 눈발 날리고 까마귀들이 날았을 때 부론의 붉은 하늘이 언 강 껴안고 .. 2009.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