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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1758

말들의 후광 / 김선태 말들의 후광 김선태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 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아주.. 2009. 2. 8.
2009, 새해, 새 뜻, 새 힘 / 김명원 2009, 새해, 새 뜻, 새 힘 김명원(시인,대전대 겸임교수) 새해입니다. ‘새’라는 단어에서는 청신한 소나무 향내가 풍깁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받아들던 새 교과서의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가 맡아집니다. 물푸레 빛으로 번지는 아침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정동진의 크고 둥근 첫 햇살이 느.. 2009. 2. 8.
시와 키치 / 황정산 시와 키치 황정산(문학평론가, 대전대학교 교수)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인 화가 사비나의 말을 통해 키치를 비판하고 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에요.”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키치가 모든 진지한 예술의 가장 적대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 2009. 2. 8.
사랑하라 희망없이 / 황정산 사랑하라 희망없이 황정산 오래 전에 윤영수 작가가 “사랑하라 희망 없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을 묶어 낸 적이 있다. 소설들의 내용도 별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제목이다. 정말 그럴듯한 경구이다. 희망 없이 사랑하는 것은 가장 정직하게 인간적으로 사는 방식일 것.. 2009. 2. 8.
그대 늙었을 때 / 예이츠 그대 늙었을 때 예이츠 그대 늙어 머리 희고 잠이 많을 때 난로가에 앉아 졸게 되거든 이 책을 꺼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읽으며, 한때 그대 눈이 지녔던 그 부드러운 눈길이며 깊은 그늘을 생각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다정하고 우아했던 시절을 사랑했고 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 혹은 .. 2009. 2. 7.
누군가 속으로 울었다 / 권현영 누군가 속으로 울었다 권현영 비행길 타고 싶어 청동 말잔등 같은 바다가 보고 싶어 어둠이 비상착륙해 있는 비행장 지나 눈 내리는 포구에 서니 눈발이 소리 없이 빰을 후려친다 살얼음 박힌 억새밭 억새만 무성하게 자란 사리포구 배가 드나들었던 자리 바다도 게도 아무것도 키우지 않는 검은 자궁.. 2009. 2. 6.
혼자 밥을 먹는 저녁 / 권현영 혼자 밥을 먹는 저녁 권현영 기차가 남쪽으로 몸을 틀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머무는 역마다 낯설다 혼자 김밥을 먹는 저녁 휙휙 지나가는 기차의 속도와 상관없이 목울대를 넘어 음식물은 느릿느릿 흘러가고 혼자 여행은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간극을 만든다 간격을 떼어 놓는다 가.. 2009. 2. 6.
전갈 전갈 (절지동물) [全蠍, scorpion] 몸이 길고 분절된 꼬리의 끝부분에는 독을 분비하는 찌름장치가 있다. 크기는 13~175㎜이고 6쌍의 부속지를 가진다. 부속지 가운데 첫번째 쌍인 작은 협각(鋏角)은 먹이를 찢는 데 사용된다. 2번째 쌍인 각수(脚鬚)에는 강한 집게가 있는데 이것은 앞쪽에 수평하게 달려 있.. 2009. 2. 6.
가시연 / 조용미 가시연 조용미 태풍이 지나가고 가시연은 제 어미의 몸인 커다란 잎 의 살을 뚫고 물속에서 솟아오른다 핵처럼 단단한 성게 같은 가시봉오리를 쩍 가르고 혹자줏빛 혓바닥을 천천히 내민다 저 끔찍한 식물성을, 꽃이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꽃인 듯한 가시연의 가시를 다 뽑아버리고 그 속을 들여.. 2009. 2. 6.
Kiss (4) Kiss 2009.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