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1758 새에 대한 반성문 / 복효근 새에 대한 반성문 복효근 춥고 쓸쓸한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롯길에 서서 날개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 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2009. 2. 9. 다시 지리산을 생각한다 / 복효근 다시 지리산을 생각한다. ― 큰 산, 어머니의 산, 지리산 복 효 근 大鵬의 날개 위에서 매년 12월 31일 자정을 전후하여 지리산 아래 백무동의 하동바위 길이나 중산리의 법계사 길은 손전등의 행렬이 마치 긴 뱀이 꿈틀대듯 밤을 도와 정상인 천왕봉을 향하여 이어진다. 천왕봉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보.. 2009. 2. 9. 시에 대한 몇 가지 편견 / 이성복 시에 대한 몇가지 편견 이성복(시인) * 우리는 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손이 분명히 해보다 작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으므로 ‘해보다 손이 크다’라는 착각을 한다. 시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 중에 하나가 비유가 많으면 시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영화 "LONG SHIP"에서 잃어버린 황.. 2009. 2. 9. 갈대 등본 / 신용묵 갈대 등본 신용묵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 2009. 2. 8. 이런 시도 있고 저런 시도 있다 / 박찬일 이런 시도 있고 저런 시도 있다 박 찬 일 1 다음은 황동규의 「무이산(武夷山) 문수암」과 이에 대한 해석이다. 해석은 필자의 해석이다.1) 저 만 쌍의 눈으로 깜빡이는 남해 바다 이처럼 한눈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 입구의 어두운 동백들 때문일까. 청담(靑潭)이 살다 관뒀다는 기호(記號), 사리탑에서 .. 2009. 2. 8. 동백꽃 / 문정희 동백꽃문정희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차마 발을 내딛지 .. 2009. 2. 8. 타믈라마칸 / 류승도 타클라마칸 류승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다 허기진 자들이 찾는 곳 바람과 불모의 성지, 상인과 승려가 병사 마적 도망자가 갈증을 피해 갈증으로 모래바람 속 뼈 하나씩 묻고 갔다 사막의 밤, 별을 헤는 것은 시인만이 아니었다 달그락 달그락 걸어가는 하얀 뼈의 무리도 본 듯했다 투루판을 거쳐 타.. 2009. 2. 8. 비행기로 사막을 건너며 목련을 생각한다 / 류승도 비행기로 사막을 건너며 목련을 생각한다 류승도 비행기가 이륙하여 고도를 높이는 동안 나는 겸손해진다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동안에도 나는 다시 겸손해진다 허공에 기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두려운 일 나는 좌석 등받이를 당겨 세우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다 두려움이 나를 겸.. 2009. 2. 8. 탁란(托卵) / 류승도 탁란(托卵) 류승도 나의 유전을 네게 잠시 맡긴다 뿌리 깊은 나의 슬픔은 너의 슬픔이 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아닌 네가 뻐꾸기가 된들 나만한 슬픔이 아니겠느냐 오늘도 마을 한 바퀴 허공을 빙 돌아 너의 집 멀리 바라본다 나의 슬픔을 온전히 키워다오 너의 슬픔으로 온전히 키워다오 내 사랑은 .. 2009. 2. 8. 물 속의 사원 / 송종찬 물 속의 사원 송종찬 칠년 만에 수문이 열리고 수몰지구의 물이 반쯤 빠지자 강 한가운데 한 그루 나무가 드러났다 한바탕 속절없이 눈물을 방류한 뒤 눈동자를 바라보면 기다리던 사람 보이기나 하는 것인가 아무리 커도 절망은 나무의 키를 넘지 못한다는 듯, 흐른 물살에 못 이겨 마을이 사라지고 .. 2009. 2. 8. 이전 1 ··· 159 160 161 162 163 164 165 ··· 1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