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인문학/파미르 고원188 마량리 동백나무 숲 - 꽃살문 #2 가던 길만 가고, 가는 곳만 가고, 보던 것만 보고, 하나의 생각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편견을 깨라고 수없이 많은 충고를 듣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 길에 늘 바라보는 것만 바라보는, 나를 어떡하면 좋을까 이제 바꿔야지 하면서도 고개 들어보면 그 자리에 서 있는 나. 그 길을 걷고 있는 나, 사진도 찍어놓고 보면 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가둬놓고 있고 총체적 난국이다. 나는 나를 벗어나고 싶지만, 나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어서 모반을 꿈꾸지만 껍데기가 너무 단단해서 깨부술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러하니 그냥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오백여 년 된 나무를 보는 순간, 아! 살아있는 꽃살문이다! 동백나무 숲이 온통 꽃살문으로 보였으니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으니 이를 어.. 2022. 4. 14. 마량리 동백나무 숲 - 꽃살문 #1 꽃이 지고 있었습니다. 오백여 년 된 나무가 칸칸마다 넓은 하늘을 끌어다 만든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꽃살문의 정점은 아주 작은 동박새였습니다. 휘어진 나무 위에 앉아서 소리를 삼키고 이쪽저쪽 바라보다가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고 작디작은 동박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동백나무 꽃살문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새가 마음을 연 것이지요. 새가 제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지요. 이봄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저는 동백나무가 세워놓은 꽃살문의 그림이 된 동박새와 교감해서 아주 행복합니다. 죽은 나무가 빚어내는 꽃살문도 아름답지만 살아있는 나무와 살아있는 새가 빚은 꽃살문도 아름다웠습니다. 어디서든 한 곳에 오래 있어보면 압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귀를 열고 있다는 것을요. 마량리동백나무 숲에서 2022년 4월 2022. 4. 14. 바다의 눈썹이라 부르며 #2 나는 이봄에 어쩌면 바다의 눈썹 끝에 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도 가도 바다의 눈은 멀리 있었고 바닷새 울음소리와 더는 바닷속으로 가지 말고 되돌아오라는 친구들의 부름에 결국 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그래도 걷고 싶은 만큼 걸었고 바다의 목젖까지 닿았으니 되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너무 멀리 있는 바닷속 길은 가면 갈수록 더 멀어져만 갔다. - 서천바다 2022년 4월 5일 2022. 4. 14. 바다의 눈썹이라 부르며 #1 2022. 4. 14. 바람의 눈썹 서천 바다 2022. 04. 05 2022. 4. 13. 무창포, 저물녘 #4 바다가 바다에게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시간을 봅니다. 그 시간을 망원렌즈로 끌어당겨서 아주 세밀한 떨림까지도 봅니다. 날 저물고 인디고블루 빛 하늘에 초승달이 반짝일 때까지 봅니다. 그저 봅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저 시간 속에 들어가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 황홀한 떨림을 어떻게 말해야할까요. 그것이 곧 제 생의 여정입니다. 2022. 4. 13. 무창포, 저물녘 #3 2022. 4. 13. 무창포, 저물녘 #2 2022. 4. 13. 긴 머리를 자르고 봄바다에 갔습니다. 긴 머리를 자르고 봄바다에 갔습니다. 바람의 농도는 매 순간마다 다르지만 바람의 느낌은 똑같을 적이 많습니다. 긴 머리를 자르고 바닷가에 서 있어보면 압니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쪽으로 사라지는 바람의 끝자락이 얼마나 많은 여운을 남기고 가는지를요. 긴 머리를 자르고 바닷가에 서 있으니 바람의 끝자락이 제 어깨 위에서 멈췄습니다. 더는 갈 곳 없다고 제 가슴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긴 머리를 잘랐던 날에는 봄비가 내렸었습니다. 꽃 핀 매화나무 옆을 지나서 제일 먼저 보이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봄비 내리는 봄밤 2022년 4월 12일 2022. 4. 12. 내소사의 봄 #1 내소사의 봄 #1 2022. 04. 07 사진 / 아이폰13 여행의 완성은 봄꽃 너머로 보이는 꽃살문에 닿는 일이었습니다. 무창포, 변산, 격포의 벚나무는 꽃망울 터지고 있는데 내소사의 봄은 이렇게 찬란했습니다. 봄날 꽃살문 더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찬란입니다. 내소사의 봄 2022. 04. 07 채석강을 바라보며 2022. 4. 8. 이전 1 ··· 5 6 7 8 9 10 11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