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p r a h a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 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 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 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 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 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 2006. 9. 24. 불꽃 / 나호열 불꽃 / 나호열 나는 아직 모른다 불이 꽃인지 아니면, 꽃이 불인지 모르면서 나는 불꽃이라고 성급하게 너를 잡는다 물이 깊은지 흘러가는 것인지 물수제비 뜨려고 돌멩이 하나 쥐어드는 순간 어디서 굴러왔는지 아니, 어디서 그렇게 짓눌리며 살아 왔는지 납작하게 그 얼굴 낯이 익다 어느 날인가 끓.. 2006. 9. 5. 아침에 전해 준 새소리 / 나호열 아침에 전해 준 새소리 / 나호열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모든 경계.. 2006. 7. 31. 신탄리행 / 나호열 p r a h a 신탄리행 / 나호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가슴 서늘해지는 끝이라는 말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지막 역에서 얼마나 나는 부끄러워지는가 온기 가득했던 한 잔의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작별의 편지 한 장 다 쓰기도 전에 이렇게 당도해버린 낯 선 곳.. 2006. 7. 9.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나는 부르련다 내 몸에서 자라나는 바람과 영혼의 촛대 위에 빛나는 이름 하나를 아무도 들을 수 없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목숨의 울음소리를 집을 향해 조용히 불러 보련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듣는 사람 오직 하나 있.. 2006. 7. 4. 꽃이 피었다 / 나호열 p r a h a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는 얼굴.. 2006. 6. 1.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 나호열 p r a h a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일과.. 2006. 5. 20.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daum 이미지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서서더욱 거세지는 힘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 2006. 5. 13. 황사 지난 후 / 나호열 황사 지난 후 나호열 눈길이 머무르는 곳 멀다 손길이 가 닿는 곳 이제는 멀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 밤새 창문에 머리 부딪치며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 다 부질없었음을 부질없었으나 그것이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에서 온 것임을 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 다시 한 번 .. 2006. 4. 25. 산아 / 나호열 산아 / 나호열 가라해도 가지않고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가까이 가면얼굴이 보이지 않고멀리 돌아서면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가져가라다 가져가라 하여도나는 그대 앞에선貧者온 몸 내미는 밧줄 같은 길을 오르니아득한 밑은온통 풍진뿐인걸거느린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이제 알겠구나초겨울 해는 .. 2006. 4. 25.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45 다음